그중에서 떡밥성이 가장 흥행한건 종합운동장에서 병점 간의 신강남선이라 할겁니다. 강남선이라는 노선계획조차 없는데 신강남선이라는 이름을 거는 거 부터가 떡밥화에 올인을 한 그런 냄새가 물씬 나고, 어제 발표된 경기도의 철도기본계획선에서는 3호선 연장으로 비슷하면서도 기종점이 따로 노는지라 사실 상위계획에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 그런 노선인데 강남지역을 찌르고 들어가고, 나름 핫한 경기남부 축을 찔러들어가다 보니 관심들이 많이 끌리는 걸로 보입니다.
노선 자체로 보면 공백지를 잘 채고 들어가고, 역간 거리도 어느정도 그럴싸하게 잘 안배가 되어 있는 모양새인데다, 서울쪽에서 수서역을 도데체 어떻게 관통해 갈지 견적이 안나오기는 해도 종합운동장을 터미널로 잡아서 들어간다는 점에서 노선으로서의 완결성이나 장래 확장성도 나쁘지 않단 생각은 듭니다. 경기도 철도기본계획에서 살짝 틀어놓은 대로 봉담으로 틀어 전곡항까지 가거나, 향남으로 빠진다거나 하는 선택지도 있고, 좀 더 과대망상으로 가서 200km급 선형을 확보해서 서해선의 서울 강남방향 직결을 받아서 일종의 수도권준고속선 처럼 운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겁니다. 뭐, 이 노선의 뿌리가 제2 SR의 완행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도 대안으로 생각은 해볼만은 할거같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노선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신분당선의 병행선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서울방향 터미널이 다르니까 아니라고 주장은 할 수 있지만, 주요 경유지가 꽤나 비슷하게 겹치고, 또 판교, 수지, 광교라는 주요 택지를 찌르고 간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병행선이 아니라고 하긴 쉽지 않을거라 생각이 됩니다. 이 말은, 신분당선의 수요를 나눠먹는 노선이 되어버리고, 즉슨 신분당선에 걸린 최소수익금보전(MRG) 문제를 건드리게 된단 이야기입니다. 신분당선은 경강선의 개통지연 등을 이유로 수요가 미달되어 MRG금액을 전액삭감당하고 파산 위기까지 갔던 전력이 있고, 이걸로 결국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 일정분의 보전을 받아내기도 했었습니다. 즉, 이런 수요를 갈라먹는 병행선이 들어왔을 경우 당국 상대로 클레임을 걸 가능성은 매우 높다 봐야할거고, 그렇지 않는다 하더라도 운영수입 감소분이 MRG 증액의 형태로 재정에 전가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이말인 즉슨 재정당국이 가뜩이나 MRG라는 할부금 때문에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새로 민자사업을 승인해주면 가외로 돈을 더 쓴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게 순한맛이냐 불닭맛이냐는 실제 시산을 돌려봐야 답이 나오긴 하겠습니다만, 사업성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가 될 가망은 없다고 봐도 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결론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쉽진 않을거랄까.
그리고, 하나 더 걸리는건... 노선 자체를 그럴싸하게 그릴수는 있긴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차량기지 문제로 들어가면 아마 결론이 나기 어려울거라 봅니다. 병점을 종점으로 잡은건 경부선 직결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병점기지에 눈독을 들이고 들이대는 그런 의도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미 인덕원동탄선이 상회입찰을 걸어놓은 상태에서 과연 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 있다 생각이 됩니다. 기지 입지로 조금 어거지로 넣으면 병점역 북서쪽의 활주로로 인해 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농지를 쓰면 될것도 같긴 하지만, 광명시의 경우처럼 기지 2개를 한 지역에 몰아주는 거에 대해서 민원이나 지자체 측의 반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많이 의문이 듭니다. 애초에 이게 가능했으면 병점기지의 용량문제 및 중정비 미실시의 대안으로 여기를 털어서 뭘 해봤겠지만, 안되는 걸 보면 뭐 안될 이유가 다분하니 그렇다 생각하면 맞을겁니다.
뭐 이게 선거 이후에는 짬통에 쳐박혀버릴지 살아남아서 경기남부를 배회하고 다닐지는 두고볼 일이겠습니다마는, 생존이 그리 간단할 거 같진 않달까 그렇습니다.